19/06/2026
"아들이 숨겨둔 운동화"
나는 아들에게 새 운동화를 사 줬다. 비싼 거였다. 그런데 아들은 신지 않았다. 매일 낡은 운동화를 신고 다녔다.
"왜 안 신어? 엄마가 사 줬잖아."
아들은 아무 말도 안 했다. 나는 화가 났다. "고맙다는 말도 못 해? 엄마 마음도 몰라?"
그런데 아들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나는 아들의 방을 정리하다가, 그 운동화를 발견했다. 새것 그대로. 그런데 운동화 상자 안에, 편지 한 장이 있었다.
"엄마, 이 운동화를 팔면 얼마나 나올까? 엄마 귀가 안 들리는데, 보청기 사 드리고 싶어. 나는 괜찮아. 내가 가진 건 낡아도, 엄마가 듣는 게 더 중요해."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들은 엄마를 위해 운동화를 팔려고 했던 거였다.
아들이 숨겨둔 운동화
내가 가장 화났던 그 순간이, 내가 가장 죄송했던 순간이었다.
서울의 한 작은 아파트.
50대 초반, 정숙. 그녀는 귀가 안 들린다. 어릴 적 병을 앓은 후로, 오른쪽 귀는 완전히 들리지 않고, 왼쪽 귀도 조금밖에 안 들린다.
그녀는 아들 하나를 두었다. 민재. 17살. 고등학교 2학년.
민재는 모범생이었다. 공부도 잘하고, 말도 잘 듣고, 엄마를 잘 챙겼다. 하지만 한 가지, 정숙이 이해되지 않는 점이 있었다.
돈이다.
정숙은 편의점에서 일한다. 돈이 많지 않다. 그래도 아들에게 좋은 걸 사 주고 싶어서, 몇 달을 모아서 비싼 운동화를 샀다. 아들이 좋아하는 브랜드였다.
"민재야, 이거 신어 봐. 엄마가 사 줬어."
민재는 운동화를 받았다. "고맙습니다, 엄마."
그런데 민재는 그 운동화를 신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도, 몇 주가 지나도.
"민재야, 왜 안 신어? 엄마가 사 줬잖아."
"아... 그게... 아껴 두려고요."
"아껴? 신발은 신어야지. 왜 아껴?"
민재는 대답하지 않았다. 정숙은 속상했다. '내가 산 게 마음에 안 드나? 비싼 건데...'
시간이 지나도 민재는 여전히 낡은 운동화를 신고 다녔다. 밑창이 닳고, 색이 바랜 운동화.
정숙은 참다못해 또 물어봤다. "민재야, 엄마가 산 운동화 왜 안 신는 거야? 마음에 안 들어?"
"아니에요, 엄마. 마음에 들어요."
"그럼 왜?"
민재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말했다. "엄마, 저... 그 운동화를... 다른 데 쓸 데가 있어서요."
"다른 데? 무슨 데?"
민재는 대답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정숙은 화가 났다. '내가 힘들게 번 돈으로 샀는데, 뭘 다른 데 써? 너무하네.'
그날 이후, 정숙은 민재에게 말을 안 했다. 민재도 말을 안 걸었다. 둘 사이에 벽이 생겼다.
그런데 3주 후.
민재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학교에 가다가, 신호를 위반한 차에 치였다.
정숙은 빈소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울지도 못했다. 너무 큰 충격이었다.
"내 아들이... 내 아들이 어떻게..."
장례식이 끝나고, 정숙은 민재의 방을 정리했다. 책상, 침대, 옷장.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그리고 옷장 구석에서, 운동화 상자를 발견했다. 그녀가 사 준 그 운동화. 아직도 새것이었다.
정숙은 상자를 열었다. 그런데 운동화 안쪽에, 편지 한 장이 접혀 있었다.
정숙은 편지를 펼쳐 읽었다. 글씨는 또박또박.
"엄마, 미안해요. 제가 엄마한테 말을 안 해서. 사실 저는 이 운동화를 팔려고 했어요. 얼마나 나올지 몰라서 인터넷에 알아봤어요.
엄마, 저는 엄마 귀가 안 들리는 게 너무 마음 아파요. 엄마는 항상 '괜찮다'고 하시지만, 저는 알아요. 엄마가 얼마나 힘든지.
엄마, 이 운동화를 팔면 보청기를 살 수 있을까요? 아니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요? 저는 운동화가 필요 없어요. 저는 그냥 낡은 신발을 신어도 괜찮아요. 그런데 엄마가 듣는 게 더 중요해요.
엄마, 제가 돈을 더 모아서, 꼭 보청기를 사 드릴게요. 그때까지 엄마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엄마, 제가 엄마한테 말을 못 해서 미안해요. 그런데 엄마, 저는 엄마를 정말 사랑해요.
민재가."
정숙은 편지를 읽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운동화를 껴안고 울었다.
"민재야... 나는... 너한테 화를 냈어... 내가 사 준 거 왜 안 신냐고... 그런데 너는... 엄마를 위해서..."
그녀는 민재가 운동화를 안 신은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아들은 운동화를 팔아서, 엄마의 보청기를 사려고 했던 거였다.
"민재야... 엄마는... 너한테 너무 미안해... 엄마가 왜 그랬을까... 엄마가 왜 화를 냈을까..."
정숙은 밤새도록 그 운동화를 껴안고 울었다.
며칠 후, 정숙은 보청기를 샀다. 운동화를 판 돈으로. 원래는 민재가 하려고 했던 대로.
그런데 보청기를 사고 나서, 그녀는 운동화 상자 안에 또 한 장의 편지를 발견했다. 민재가 쓴 두 번째 편지였다.
"엄마, 만약에 이 편지를 읽게 된다면, 제가 없는 후일 거예요.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하늘에서 엄마를 지켜볼 거예요. 엄마, 보청기 꼭 하세요. 엄마 목소리를 듣는 게 제일 좋아요. 엄마, 사랑해요."
정숙은 그 편지를 읽고, 보청기를 귀에 꽂았다. 처음으로 세상이 또렷하게 들렸다.
그녀는 창밖을 보며 말했다. "민재야, 엄마 들려. 네 목소리가 들려. 고맙다, 아들아."
정숙은 지금도 민재의 운동화를 간직하고 있다. 신지 않고, 보관만 하고 있다. 그녀에게 그 운동화는 '아들의 사랑'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말한다. "가장 큰 사랑은, 자신의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내 아들은 그걸 가르쳐 주었다."
가장 어린 나이에, 가장 어른스러운 사랑을 한 아들. 그 사랑은 엄마의 귀에, 그리고 마음에 영원히 살아 있다.
👇 당신에게 '운동화' 같은 사랑을 보여준 사람이 있었나요? 그 사람의 이름을 댓글로 불러 주세요.
오늘, 당신의 소중한 사람을 위해 무엇인가를 포기하는 건 어떨까요? 이 글을 공유하며 그 마음을 전해 보세요.
#한국단편소설 #아들이숨겨둔운동화 #엄마의보청기를위한희생 #가장젊은나이의가장큰사랑 #페이스북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