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5/2018
[창업과 전쟁]
창업은 전쟁이다. 경쟁의 치열함을 강조하기 위한 비유다. 전쟁은 창업인가? 수긍하기 어렵다. 고객을 만족시켜 수익을 실현하는 창업과 적을 섬멸하여 승리를 획득하는 전쟁은 존재의 근원과 결과물의 속성이 다르다. 공통점은 있다. 성공하거나 승리하기 위하여 전략적 사고와 행동이 필요하다.
전략이란 무엇인가?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한 효율적인 싸움방식을 전술이라 한다면, 여러 전투를 묶어서 전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싸움방식을 전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작은 국가는 살아 남기 위하여 합종을 하고 연횡을 하면서 전략의 개념을 발전시켰다. 손무는 손자병법에서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번 싸워서 위태롭지 않다"고 했고,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승리"라고 전략을 설명하였다. 싸움을 할 때는 다 이겨놓은 싸움만 하고 싸우지 않고 말과 명분으로 이기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라는 뜻이다. 여기에는 승리와 패배를 이분법적으로 구별하지 않는 동양철학적 사유방식이 담겨 있다.
클라우제 비츠는 프로이센군에서 장교로 근무하였다. 과거에 승리한 방식을 답습한 프로이센군은 나폴레옹이 지휘하는 프랑스 군대에 대패했다. 프랑스군에서 포로생활을 하기도 했던 클라우제 비츠는 30년의 군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론을 저술하였다. 전쟁론에서 근대적 전략의 개념을 정립하고 전략의 기본원칙을 제시하였다. 클라우제 비츠의 전략 개념에서는 '마찰과 안개'에 대한 이해가 핵심이다. 마찰은 이론과 현실의 차이다. 전장에서는 이론이 실행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상황이 항상 발생한다. 전략을 선택하는 사령관은 이론에 얽매이지 않고 경험을 바탕으로 신중한 결단을 하여야 한다. 안개란 불확실한 상황이다. 전장의 불확실한 상황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것이다. 전략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 것이 클라우제 비츠 전략의 가장 큰 원칙이다.
창업가가 신기술로 무장하여 신시장에 창출하더라도 경쟁자의 출현을 막을 수는 없다. 경쟁자가 출현하면 전쟁이 시작된다. 지속가능한 승리를 위하여 전략적 사고와 행동이 필요하다. 자금이 풍부한 선점자는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인수합병의 방법으로 경쟁의 후유증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다. 종종 무리한 인수합병의 후유증으로 회사가 곤경에 빠지기도 한다. 진정한 승리는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인수합병이 아니라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인수합병에서 나온다.
최근의 한반도는 전략의 경연장 같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핵 실험을 하고 대륙간탄도탄을 쏘아대며 한반도를 전쟁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후세인과 가다피의 몰락을 목격한 후 핵무기 개발에 집착했다. 핵 경제 병진 전략이 대외용이었는지 체제 장악을 위한 대내용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적이 '나를 모르게 하는' 유효한 전략적 행위였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더 큰 핵무기를 과시하면서 선제타격 가능성을 흘렸다. '나도 내가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겠어' 하는 매우 전략적인 대응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담담하게 평창올림픽에 북한을 초대하고 김정은 위원장을 판문점으로 초대하여 판문점 선언을 이끌어냈다. 김정은과 트럼프를 치켜세우며 담담한 중재자로 행동하였다. '그래 니들 맘 다 알아' 하는 담담하고 침착한 행동. 도덕적 명분에 맞게 한 치의 흠도 잡히지 않고 정확하게 행동하는 것은 가장 전략적인 행동이다. 명분을 선점한 측이 전쟁의 규칙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주도할 수 있다.
4월27일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왔다. '나는 언제 북한 땅을 밟아 보냐'는 문재인 대통령 질문에 '지금 가시죠' 하며 바로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 대담하고 임기응변에 강한 전략가적인 기질을 보여주었다. 선제적으로 핵동결을 선언하고 파격적인 행보를 통해 협상을 주도하려 하고 있다.
환영사에 대한 답사에서 1984년생 북한의 상속 지도자는 ICBM 대신 평화와 번영의 신호탄을 쏘아올린다고 했다. 1953년생 코치의 자상한 인도로 핵무기를 포기하고, 가보지 않은 두려운 길을 걸어 새로운 평화통일국가 창업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까? 승패를 가르는 전략적 선택에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