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8/2025
코끼리의 한 여름은 내내 흑산도였습니다.
흑산 섬 영화제(Heuksan Island Film Festival, HIFF)는
더위가 막 시작할 무렵 시작되어
가장 뜨겁고 가장 시원할 여름 한 날에 치러졌습니다.
흑산을 주제로 한 단편 영상 공모전과
백패커를 초대한 메이크섬노이즈 흑산과 팸투어까지
흑산도를 궁금해하는 많은 분들이 한데 모인 날이었습니다.
이왕이면 떠들썩하게, 이왕이면 즐겁게, 이왕이면 다 같이
이왕이면 주민들이 뿌듯하게.
그 '이왕이면' 단어 하나에 많은 것들을 내려두고 또 붙잡으며
흑산도 사리분교의 한 컷을 채웠습니다.
배가 다니지 않는 주말까지 내어줄 동료를 찾는 것 부터
먼 바다를 건너 필요한 집기를 챙기는 것,
누가 얼마나 올지 모를 상황에서 먹거리 나눌 거리를 정하는 것까지,
마냥 쉽지 만은 않았지만 걱정되지도 않았던 건
그간 자은-팔금-안좌-병풍-임자-압해도 등 섬들을 다니면서
주민들이 얼마나 많은 힘을 보태주시는 지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뙤약볕 운동장 한가운데 괸 물을 손걸레로 짜내어주신 이장님이 계셨고,
청년들 쓰라며 선뜻 경로당, 냉동고를 내어주시는 주민들이
끈임없이 필요한 건 없는지 고생한다 살펴주셨고,
타는 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냉커피를 내어주시는 어머님들이 계셨고
주민분들은 100인 분의 물회와 김밥으로 저녁 한 상을 풍족하게 해주셨고,
의자며 천막이며 선뜻 내어주신 면사무소 직원분들까지
하나되어 함께한 날이었습니다.
흑산 사리분교가 예전에는 어땠는지,
사리마을에 살던 재미나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재밌었습니다.
청년들 일하는 것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다고,
또 언제오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봐주시는 것만으로도 뭉클했습니다.
저희는 덕분에 섬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로 즐거웠고,
바다와 섬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하나 둘 배웠고,
무엇을 하면 좋을지 재밌는 꿈 하나를 그렸습니다.
덕분에 끝내주는 여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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